에노 새리스가 뷸러에 대한 기사를 썻는데 자그만치 3개월이나 공들인 기사라고 하네요. 그 만큼 양이 방대해서 약간 글의 구성이 뒤죽박죽이네요. 약간의 개인적인 의견도 포함해서 포스팅 합니다.


슬라이더 그립을 바꾼 이유 - 1. 커터와 슬라이더의 분리

 

나는 지난 주에 워커 뷸러(Walker Buehler)를 만나러 갔다.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기 전에 대화할 주제를 급히 노트에 적고 그래프도 그려서 반으로 접은 다음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뷸러는 아직 정확한 선발 등판 날짜가 정해지지 않아서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린 그래프를 한참 동안 봐라보았다. 그리고 그래프가 의미하는 것을 정확히 캐치했다.

 

, 이거 제 슬라이더랑 커터 구속이네요. 맞죠?” 라며 뷸러는 그래프를 보며 미소를 띠었다. “저 카디널스전부터 슬라이더 그립을 바꿨어요. 그랬더니 타자들이 다른 구종이랑(특히 투심) 헷갈려 하는 것 같아요.”

 

뷸러는 계속해서 슬라이더에 변화를 줄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뷸러와 대화할 주제를 갑자기 떠올린 것처럼 투수들도 시즌 도중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투수들은 그 생각을 실제로 실행시키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런 구체적인 생각들을 시즌 중에 적용시키고 실제 게임에서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한 달 전에 뷸러에게 찾아갔을 때, 뷸러는 자기 스스로 정했던 시즌 로드맵을 기반으로 자신이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곤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그래프에 옮겼다. 그 때 뷸러가 그렸던 그래프는 지난주에 내가 급히 그려서 뷸러에게 보여줬던 그래프와 거의 동일했다.

 

저는 슬라이더와 커터를 던지는데 세게 던진 적도 있고 살살 던진 적도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구종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난 이 두 구종이 타자들에게 다르게 보이도록 구별 짓고 싶어서 때때로 85마일로 던지기도 했고 89마일로 던지기도 했는데 이 방법이 올바른 방향은 아니었어요.”


뷸러는 마침내 커터와 슬라이더를 분리시키는 미션을 성공했다. 윗 그림에 펜으로 조그맣게 그려진 그래프가 그 증거이다. 밑의 그림은 커터와 슬라이더의 월별 평균 구속을 나타낸 것이다. 뷸러가 말했던 이후로 두 구종은 서로 나뉘었다


카디널스전에서 슬라이더 그립을 바꾼 것이 뷸러의 최종 단계일 것이다. 그는 올 시즌 가장 낮은 슬라이더 구속을 기록했다.


2018/09/17 - [DODGERS/PROSPECTS] - 워커 뷸러(Walker Buehler)의 또 다른 진화 - 슬라이더의 변화

<참고 포스팅>


위의 영상은 슬라이더이며 아래 영상의 92-93마일의 커터와 확연히 다른 걸 알 수 있다. 아마 맷 카펜터는 바로 앞에까지 공이 왔을 때 커브나 슬라이더라고 생각하고 반응했지만 슬라이더보다 무브먼트가 감소한 커터였다.


난 수술을 받기 전엔 커터를 던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패스트볼 구속이 상승하면서 패스트볼과 변화구들 사이에 간극이 발생했고 그 간극을 채우기 위해 커터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커터의 휘어나가는 각이 늦게 발생할수록 타자들이 패스트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제 포심과 배합하기 좋은 구종이에요.” 라고 뷸러가 말했다.


뷸러가 수술을 받기 전에는 투심을 던지지도 않았고 포심의 구속이 97마일까지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굳이 커터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패스트볼 구속이 늘어나면서 구속간의 차이도 벌어졌기 때문에 커터를 장착시켰다. 사실 구종을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어떤 한 구종과 다른 구종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커터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면서 다른 구종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구종을 따로 따로 분리시키면서 커터와 슬라이더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슬라이더, 커터의 whiff% 각각 42.1%, 27%로 상승했고, 피안타율, 피장타율 모두 하락했다. 100마일에 육박하던 커터의 타구속도 또한 10마일 이상 낮아졌으며 런치 앵글 역시 낮아졌다. 두 구종은 또한 패스트볼과 좋은 콤보를 보여주고 있다


슬라이더 그립을 바꾼 이유 - 2. 터널링 효과 (투심과 슬라이더)

 

터널링은 어떤 두 개의 구종이 유사해 보이지만 타자가 스윙을 하려는 순간 마지막에 각각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일종의 피칭 컨셉이다. 이 터널링은 뷸러가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해 더 많은 투심을 던지게끔 한다. 왜냐면 뷸러의 투심과 슬라이더는 유사한 구종처럼 보이다가 타자 바로 앞에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 나가기 때문이다.

 

올해 전 투심을 많이 던지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해 투심을 던지는 거죠. 뿐만 아니라 투심,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로 던지면 각각 무브먼트에 의해 스트라이크존 양쪽 코너를 모두 공략할 수 있어요. 이런 방법으로 다른 구종들도 잘 배합하여 스트라이크존의 모든 부분을 공략하려고 노력합니다.”

 

밑에 사진은 투수가 어떻게 실용적인 방법으로 터널링 효과를 이용하는지 나타낸 것인데 뷸러가 말하는 뜻이 정확하게 담겨져 있다. 싱커를 투심은 터널링 효과를 일으키면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휘어지며 각각 스트라이크존 왼쪽과 오른쪽에 형성된다.

 


슬라이더 그립을 바꾼 이유 - 3. ride, spin에 기반한 슬라이더 교정

 

자신을 발전시키고자 가이드로 삼았던 또 다른 컨셉은 ride 이다. ride는 백스핀을 먹인 패스트볼이 공에 작용하는 중력에 저항하는 힘이 생기므로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뷸러의 포심은 평균 이상의 ride를 가지고 있고 타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1, 2인치가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최소 130이닝을 던전 선발 투수 중에 전체 8위에 해당하는 10.2인치의 높은 V-mov를 기록하고 있다. 해리슨 베이더가 공의 밑부분으로 스윙 하는 것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회전수도 무브먼트에 영향을 끼친다뷸러는 올해 선발 투수 중에 12번째로 높은 회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심이 회전수가 많을수록 ride 효과더 더 크다. 뷸러의 포심은 평균 이상의 ride를 지니고 있지만 높은 회전수를 고려하면 2000년대 이후 전체 116위로 ride 효과가 특별한 투수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준급 V-mov를 가지고 있음에도 뷸러의 패스트볼은 왜 더 많은 ride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이 질문에 대해 뷸러는 이렇게 말했다.

 

“94마일을 넘어가면 ride의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구속이 빨라서 공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에 어떠한 변화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죠. 90-92마일을 던지는 투수라면 Ride 효과로 더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ride의 특성이 높은 1위부터 50위까지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는 투수의 평균 구속은 90마일 정도이다. 평균 구속이 94마일 이상인 포심을 던지는 투수 중에 뷸러는 11번째로 Ride 수치가 좋았다. 뷸러의 패스트볼은 평균구속이 96마일을 넘기 때문에 ride 효과가 크지 않고 그런 점에서 그립을 바꿔서 던진 슬라이더와 투심을 섞어 던지기 시작했다.

 

뷸러의 투심은 V-mov 는 보통 7~8인치로 포심보다 2~3인치정도 낮게 형성 된다. 더불어 rise, ride 효과가 크지 않다. 그래서 떨어지는 낙차가 큰 슬라이더를 던질 필요가 없는 것이고 ride 효과가 크지 않은 투심과 타자의 눈에는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뷸러는 8월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만약 ride, 회전수와 라이징 패스트볼과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제가 V-mov는 줄이고 H-Mov를 상승시킨 슬라이더를 왜 던지려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싱커와 슬라이더를 조합하려면 싱커보다 더 많은 낙차를 가진 슬라이더를 던져야만 합니다. 하지만 제 투심은 싱커가 아닙니다. 그냥 암사이드런이 되는 패스트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슬라이더는 굳이 많은 V-Mov를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낙차 폭이 크지 않아야 제가 던지는 투심과 비슷해 보이는 터널링 효과를 얻는 것이죠.”

 

뷸러가 점점 진화된 피칭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어보였다. 다저스는 시즌 내내 뷸러에게 많은 정보들을 건내주었으며 뷸러는 그 정보들을 연구하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고 자신의 구종들을 발전시키는 가이드로 써먹었다정보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갑자기 뷸러가 던진 한 마디이다.

 

뷸러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뷸러가 투구에 대한 괴짜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 줄은 몰랐었다. 대화 초반에 뷸러는 분명 난 정말로 스탯캐스트 수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수가 아닙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회전수, ride, 터널링 효과 같은 통계적인 수치가 어떻게 좋은 피칭으로 이어지는지 것에 대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여태컷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듣고 보니 내가 들었던 뷸러의 여러 이론과 계획들이 게임에서 모두 실현될 때 뷸러는 엄청난 투수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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